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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시키고 수당은 ‘0원’…포괄임금 금지법이 비추는 밤, 일하는 사람의 밥은 누가 챙기나

경제면에 나란히 실린 두 기사가 같은 곳을 가리킨다. 하나는 야근을 시키고도 수당은 ‘0원’인 관행을 끊겠다는 포괄임금 금지법이 속도를 낸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여수 석유화학 산단 재편에 7천억 원을 지원하면서 건설 현장의 임금체불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소식이다. 방향은 하나다. 밤에, 현장에서, 교대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을 제값으로 계산하겠다는 것. 반가운 흐름이지만, 시간과 돈이 투명해지고 나면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밥이다. 저녁 8시 사무실에서, 새벽 2시 병동에서, 해 뜨기 전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끼니는 지금도 대부분 컵라면과 편의점 김밥, 식어 버린 배달 음식에 맡겨져 있다. 식당은 문을 닫았고 배달은 끊긴 시간, 따뜻한 한 끼를 조직적으로 챙기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보온 도시락이 현장에 도착하게 해 두는 것—의외로 오래된 해법이 이 공백을 정확히 메운다.

보온 도시락
Photo by Mufid Hanif on Pexels

근무는 24시간인데 식사 인프라는 ‘점심’에 멈춰 있다

단체 급식과 배달 시장은 철저히 낮 시간에 맞춰 설계돼 있다. 구내식당은 점심 한때 붐비고 문을 닫으며, 배달앱의 선택지는 밤 10시를 넘기면 급격히 좁아진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상당수 일터는 24시간 돌아간다. 병원이 대표적이다. 삼교대로 도는 간호 인력과 당직 의료진의 새벽 끼니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 있지만, 시간대별 근무 인원에 맞춰 병원 도시락을 정기적으로 받는 병동은 다르다. 식사가 도착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교대 인수인계 사이의 짧은 휴게도 온전한 식사 시간이 된다.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새벽 타설, 야간 작업이 잦은 현장일수록 인근 식당에 의존하기 어렵고, 그래서 식사의 품질이 곧 인력 이탈률로 이어진다는 것이 현장 소장들의 오랜 경험담이다.

우리 사업장 식사가 방치돼 있다는 신호

  • 야간·교대 근무자의 식사가 ‘각자 알아서’로 굳어 있을 때
  • 현장 주변에 걸어갈 식당이 없어 차량 이동에 시간을 쓸 때
  • 안전교육·조회 날 단체 식사를 매번 즉흥으로 준비할 때

따뜻함은 복지가 아니라 운영이다

야간·현장 식사의 핵심은 배달 시점이 아니라 먹는 시점의 온도다. 보온 용기 단위로 공급되는 도시락은 새벽 배송분이라도 식사 시간까지 온기가 유지되니, 전자레인지 앞에 줄 서는 시간부터 사라진다. 인원이 몰리는 날도 있다. 분기 안전교육, 준공 기념, 전 직원 조회처럼 수십·수백 명이 한 번에 식사하는 날이라면 수량과 시간을 못 박아 공급받는 행사 도시락 방식이 즉흥 주문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포괄임금 금지법 이후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분 단위로 관리하게 된다. 그 관리 안에 식사 시간의 품질까지 넣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일할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에 어느 쪽이 사람을 붙잡을지는 자명하다.

수당이 제값을 찾는 시대라면, 밤에 일하는 사람의 밥도 제 온도를 찾아야 한다.

법은 시간을 계산해 주지만 끼니까지 챙겨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여전히 사업장의 몫이고, 다행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 현장의 밤에 따뜻한 밥이 도착하게 해 두는 것—사람을 지키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