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내부’라 안전하다는 말의 절반…집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지진 대비 체크리스트
한반도는 지각판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어 지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을 자주 듣는다. 맞는 말이지만 절반만 맞다. 판 내부 지진은 발생 빈도가 낮은 대신 어디서 날지 미리 알기 어렵고, 비교적 얕은 깊이에서 일어나 같은 규모라도 지표에서 느끼는 흔들림이 크다.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이 그랬다. 확률이 낮다는 말과 준비가 필요 없다는 말은 다르다.

오늘 저녁 30분이면 끝나는 것부터
지진 대비라고 하면 큰 공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부상의 상당수는 흔들림 자체가 아니라 넘어지고 떨어지는 물건 때문에 생긴다. 집 안에서 손볼 수 있는 것부터 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 키 큰 가구 고정: 책장·수납장·냉장고처럼 높이가 높은 가구는 벽에 고정 브래킷이나 전용 스트랩으로 잡는다. 임대라 못을 박기 어렵다면 천장과 가구 사이를 받치는 압축봉 형태를 쓴다.
- 머리맡 정리: 침대와 아이 책상 위쪽에 액자·선반·거울을 두지 않는다. 밤에 흔들림이 오면 가장 먼저 떨어지는 자리다.
- 유리와 무거운 것은 아래로: 접시·유리컵·공구처럼 무겁거나 깨지는 물건은 상부장이 아니라 하부장으로 옮긴다. 상부장에는 걸쇠를 달면 문이 열리며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현관까지의 길 비우기: 복도와 현관 앞에 짐을 쌓아 두지 않는다. 신발장 근처에 운동화 한 켤레와 손전등을 두면 유리 파편 위를 맨발로 걷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비상용품은 ‘3일’이 기준
가방 하나에 3일치를 담는다는 기준이면 충분하다. 생수와 간편식, 손전등(머리에 쓰는 헤드랜턴이 더 편하다), 보조배터리, 상비약과 처방약 복사본, 여분 안경, 현금 소액, 가족 연락처를 적은 종이 한 장이다. 휴대폰이 꺼지면 아무 번호도 외우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연락처는 반드시 종이로 둔다. 반년에 한 번, 계절이 바뀔 때 유통기한과 배터리를 함께 점검하면 잊지 않는다.
흔들리는 순간, 상황별 행동
- 실내: 탁자 아래로 들어가 다리를 잡고 머리를 보호한다. 흔들림이 멈춘 뒤에 이동한다. 흔들리는 중에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이 더 위험하다.
- 주방·욕실: 불을 끄는 것보다 몸을 피하는 것이 먼저다. 가스는 흔들림이 멈춘 후 잠근다.
- 건물 밖: 담장·간판·유리 외벽에서 떨어져 가방이나 팔로 머리를 가리고 공터로 이동한다.
- 엘리베이터 안: 모든 층 버튼을 누르고 가장 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린다. 지진 후에는 엘리베이터를 쓰지 않는다.
- 대피 후: 여진을 전제로 움직인다. 첫 흔들림보다 이후 흔들림에 무너지는 구조물이 많다.
집 밖에서 자게 될 때
휴가나 출장으로 낯선 숙소에 묵을 때는 체크인 직후 30초만 확인해 두면 좋다. 객실이 몇 층인지, 비상계단이 어느 방향인지, 손전등 대신 쓸 조명이 어디 있는지다. 요즘은 야간에 프런트를 비우고 비대면 주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숙소가 늘어 새벽에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도착했을 때 비상 연락 방법을 한 번 확인해 두면 마음이 편하다.
지진 대비의 목표는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흔들리는 30초 동안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움직이는 것이다.
한 번에 다 갖출 필요는 없다. 이번 주말에 가구 하나를 고정하고, 다음 주에 비상 가방을 꾸리고, 그다음에 가족과 만날 장소를 정해 두는 식이면 충분하다. 준비의 값은 평소에는 0으로 보이다가, 필요한 그날 한 번에 되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