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이 밝혀졌다는 소식, 지금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정원석 부연구단장이 이끈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고 진행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ERBB4라는 물질을 지목했습니다. 이 연구는 8월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지금까지 학계가 주목해 온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더 앞단에 있는 물질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번 발표가 알려준 것과 아직 아닌 것
연구진은 유전자 기술로 알츠하이머병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를 제거했습니다. 그러자 아밀로이드 베타가 만드는 찌꺼기인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근본 치료의 실마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단계는 동물 실험입니다.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되려면 임상 단계를 여러 번 지나야 하고, 그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년 단위입니다. 그래서 이런 소식을 접했을 때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일은 치료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시작됐는지를 지금 확인해 두는 것입니다. 어떤 치료든 이르게 시작할수록 남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건망증과 다르게 봐야 하는 신호
나이가 들면 이름이 잘 안 떠오르고 물건 둔 자리를 잊습니다. 이것 자체는 흔한 일입니다. 구분이 필요한 것은 잊는 내용이 아니라 잊는 방식입니다.
- 겪은 일의 세부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통째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제 통화한 내용이 아니라 통화한 사실을 모르는 쪽입니다.
- 알려주면 기억나던 것이, 알려줘도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 늘 하던 일의 순서가 무너집니다. 밥 짓기, 세탁기 돌리기처럼 오래 해온 일에서 단계가 빠집니다.
- 같은 질문을 하루에 여러 번, 그것도 방금 답한 뒤에 다시 합니다.
- 익숙한 길에서 방향을 잃거나, 날짜와 계절 감각이 흐려집니다.
- 성격이 달라집니다. 의심이 늘거나 화를 자주 내고,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잃습니다.
이 가운데 두세 가지가 여섯 달 넘게 이어지고 점점 심해진다면 확인해 볼 시점입니다. 반대로 갑자기 하루아침에 나빠졌다면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약물, 갑상선, 우울, 수면 문제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이런 것들은 대개 되돌릴 수 있습니다.
검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나
병원부터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첫 단계는 더 가볍습니다. 전국 보건소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만 60세 이상은 인지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예약 후 방문해 삼십 분 남짓이면 끝나고, 결과에 따라 협약된 병원에서 다음 검사를 안내받게 됩니다.
병원에 갈 때는 준비가 반입니다. 언제부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날짜와 함께 적은 메모를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진료실에서 어르신 본인은 대개 괜찮다고 답합니다. 옆에서 지켜본 사람의 기록이 실제로는 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복용 중인 약 목록도 함께 챙기면 원인을 가리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기억력 문제에서 가장 아까운 것은 병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확인은 이르게 할수록 손해가 없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도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루의 큰 틀을 고정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기상과 취침, 식사 시각을 일정하게 두면 혼란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기억을 대신할 물리적 장치입니다. 큰 달력에 일정을 적고, 약은 요일별 통에 나눠 담고, 자주 쓰는 물건의 자리를 하나로 정합니다.
세 번째는 사람과의 접촉입니다. 대화가 줄면 진행이 빨라집니다. 매일 짧게라도 통화하는 시간을 정해 두면 안부 확인과 상태 관찰이 동시에 됩니다. 마지막은 끼니입니다. 혼자 계실 때 식사를 거르거나 같은 음식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검사와 통원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보호자 쪽 식사가 먼저 무너집니다. 병원을 오가는 일정이 길어질 것 같다면 병원 도시락처럼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방식을 미리 알아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연구는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가족이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상태를 정확히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