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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안전망’이 37배 늘었다는데…급식이 닿지 않는 곳의 끼니는 누가 채우나

한 사회면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장윤기 사건 이후 위급 상황을 알리는 ‘안심헬프미’ 신청이 37배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개인이 스스로를 24시간 지킬 수 없으니, 사람 대신 디지털 시스템이 안전을 촘촘히 메우는 흐름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못하는 빈틈을 시스템으로 채운다—이 발상은 안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는 사람이 매번 챙기기 어려워 방치되는 또 다른 공백이 있다. 바로 끼니다. 특히 학교나 회사 구내식당 같은 ‘급식’이라는 안전망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그렇다. 밤낮으로 돌아가는 병원의 당직실에서, 하루 열두 시간 책상 앞을 지키는 학원과 독서실에서, 식사는 여전히 편의점 삼각김밥과 식은 배달 음식 사이를 떠돈다. 안전을 시스템으로 메우듯, 이 끼니의 사각도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도착하는 구조로 메울 수 있다. 급식이 닿지 않는 병동에 병원 도시락을 정기적으로 들이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병원 도시락
Photo by Alec Doualetas on Pexels

‘각자 알아서’가 무너지는 지점에 시스템이 필요하다

안전이든 식사든, ‘각자 알아서’라는 말에는 늘 사각지대가 생긴다. 여력이 있을 때는 스스로 챙기지만, 몸이 지치고 시간이 없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바로 그 ‘알아서’다. 병원이 대표적이다. 삼교대로 도는 간호 인력과 당직 의료진의 새벽 끼니는 각자 해결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 있지만, 정작 가장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들이다. 시간대별 근무 인원에 맞춰 식사가 정기적으로 도착하는 병동이라면, 교대 인수인계 사이의 짧은 휴게도 온전한 식사 시간이 된다. 공부하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관리형 학원이 원생 수에 맞춰 학원 도시락을 정기 계약해 두면, 급식 시설 없이도 ‘식사까지 관리하는 학원’이 되고 학부모에게는 그만한 안심이 없다. 시스템이 필요한 곳은 언제나 사람의 여력이 가장 먼저 바닥나는 지점이다.

끼니의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신호

  • 야간·당직 근무자의 식사가 매번 편의점으로 때워질 때
  • 학원·독서실 주변 식당이 붐벼 식사에 한 시간씩 쓸 때
  • 식사 후 집중력·컨디션 저하가 오후 내내 이어질 때

기관이든 개인이든, 답은 ‘정기화’다

식사를 안전망으로 만드는 방법은 규모에 따라 다르다. 병원·기관이라면 근무 시간표에 맞춘 정기 공급이 기본이고, 인원 변동은 주 단위 조정으로 흡수하면 된다. 개인 단위도 다르지 않다.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에서 장기전을 치르는 수험생이 독서실 도시락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만으로, 하루의 가장 큰 변수 하나가 상수로 바뀐다. ‘안심헬프미’가 위급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켜 두는 안전장치이듯, 정기 식사도 배가 고파지기 전에 이미 도착해 있는 안전장치다. 매번 대응하는 대신 미리 켜 두는 것—시스템의 본질은 언제나 같다.

안전을 시스템으로 메우는 시대라면, 끼니도 매번의 대응이 아니라 미리 켜 둔 시스템이어야 한다.

디지털 안전망이 37배 늘었다는 뉴스는, 사람들이 ‘알아서’의 한계를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 깨달음은 식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급식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끼니는 각자에게 떠넘기지 말고 시스템으로 채워 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