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만 11.6% 올랐습니다 — 혼자 사는 집 고정비를 다시 세는 법
혼자 사는 집의 지출은 이상한 방식으로 늘어납니다. 크게 쓴 기억은 없는데 잔고만 줄어 있고,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제일 먼저 식비를 건드리게 됩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실제로 늘어난 쪽은 식비가 아니라 고정비입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9세 이하 가구주 가구의 월평균 실제 주거비는 21만 2,400원으로, 1년 전보다 11.6%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이 연령대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9만 500원으로 1.7% 줄었습니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소득이 뒷걸음질한 것은 39세 이하뿐이었습니다. 들어오는 돈은 줄었는데 나가는 고정비는 두 자릿수로 오른 셈입니다.
20대 1인 가구만 떼어 보면 구조가 더 선명합니다. 월평균 생활비는 약 16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고, 이 가운데 주거비가 55만 원으로 33.3%를 차지합니다. 교통비는 12만 원 수준입니다. 두 항목을 더하면 이미 생활비의 40%를 넘어갑니다.
줄일 수 있는 돈은 매일 쓰는 곳이 아니라,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곳에 몰려 있습니다.
순서대로 세어 보기
1. 통장에서 자동으로 나가는 것 전부 적기
가장 먼저 할 일은 계산이 아니라 목록 만들기입니다. 은행 앱에서 자동이체와 카드 정기결제 내역을 최근 3개월치만 뽑아 한 장에 적습니다.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 구독 서비스, 정기 배송까지 전부 넣습니다. 이 목록을 처음 만들면 대부분 기억에 없던 항목이 두세 개 나옵니다. 그것만 정리해도 첫 달 효과가 납니다.
2. 관리비를 항목별로 쪼개 보기
관리비는 총액만 보고 넘기기 쉬운데, 고지서에는 항목이 나뉘어 있습니다. 난방·급탕·전기·수도·공용 전기·인터넷이 각각 얼마인지 확인해 두면 계절에 따라 어디가 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 차이가 큰 항목이 무엇인지 알아야, 다음 계절에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3. 교통비는 정기권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기
월 12만 원 안팎이 쓰이는 항목인데도 그냥 찍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 동안 대중교통을 몇 번 타는지 세어 보고, 정기권이나 환급형 교통카드가 유리해지는 횟수를 넘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경계선 근처라면 출퇴근 경로를 한 번만 바꿔도 등급이 달라집니다.
4. 통신비는 요금제가 아니라 사용량부터
요금제 비교부터 시작하면 대개 실패합니다. 최근 석 달 동안 실제로 쓴 데이터와 통화량을 먼저 확인하고, 그 숫자에 맞춰 요금제를 보는 순서여야 합니다. 집에 인터넷이 따로 있다면 무제한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식비는 마지막에, 그리고 방식으로
식비를 줄이겠다고 끼니를 건너뛰면 대체로 며칠 못 갑니다. 금액보다 방식을 정하는 편이 오래갑니다. 일주일에 몇 끼를 집에서 먹을지, 몇 끼를 밖에서 해결할지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식입니다. 공부나 야근 때문에 저녁 시간이 늘 애매하게 밀리는 사람이라면, 매번 다르게 시키는 것보다 독서실 도시락처럼 시간과 금액이 고정된 방식을 하나 끼워 두는 쪽이 예산을 지키기 쉽습니다.
계약을 손볼 수 있는 시점 알아 두기
고정비 중에는 아무 때나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월세는 계약 만료 두 달 전쯤, 통신 요금제는 약정 종료 시점, 보험은 갱신 주기가 각각 다릅니다. 이 날짜를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는 것만으로 선택지가 생깁니다.
- 월세 계약 만료일 — 최소 두 달 전에 주변 시세를 확인해 둡니다
- 통신 약정 종료일 — 이 날짜가 지나면 위약금 없이 바꿀 수 있습니다
- 보험 갱신일 — 보장 내용이 겹치는 상품이 없는지 이때 확인합니다
- 구독 서비스 결제일 — 연 단위 결제는 갱신 전에 알림을 걸어 둡니다
한 달만 해 보면 되는 이유
이 작업은 매달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정비는 이름 그대로 잘 안 바뀌기 때문에, 한 번 제대로 정리해 두면 다음은 날짜가 왔을 때 확인만 하면 됩니다. 반대로 한 번도 정리해 두지 않으면, 소득이 줄거나 주거비가 오를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계산하게 됩니다.
이번 통계가 보여 준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닙니다. 소득은 그대로거나 줄고 고정비만 올라가는 흐름이 몇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는 확인입니다. 흐름이 길어질수록, 미리 적어 둔 목록 한 장의 값어치가 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