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으슬으슬, 감기인 줄 알았는데 — 하루 종일 에어컨 아래 냉방병 예방 체크리스트
폭염이 길어질수록 실내의 계절은 오히려 겨울이 된다. 사무실에서 여덟 시간, 카페에서 두 시간, 집에서 또 에어컨 아래.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날 두통과 오한, 콧물과 소화불량이 슬그머니 찾아온다. 한여름에 웬 감기인가 싶지만, 바이러스가 아니라 냉방이 원인인 냉방병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5도 이상의 온도차를 하루에도 수십 번 넘나들면 체온 조절에 지쳐 버린다. 혈관이 급격히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두통과 근육통이 오고, 위장 운동이 둔해지며, 면역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에어컨 없이 버틸 수는 없는 계절이니, 답은 끄는 것이 아니라 쓰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1. 온도 — 바깥과의 차이를 5도 이내로 설계한다
- 실내 적정 온도는 25~26도, 바깥과의 차이는 5~6도 이내가 기준이다. 바깥이 34도라고 실내를 22도로 만들면 몸은 하루 종일 두 계절을 오간다.
-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풍향을 위로 두거나 바람막이를 쓴다. 같은 온도라도 직풍은 체감온도를 훨씬 끌어내린다.
- 제습 모드를 활용하면 설정 온도를 높여도 쾌적하다. 여름 불쾌감의 절반은 온도가 아니라 습도다.
2. 환기 — 두 시간에 한 번, 공기를 갈아 준다
- 밀폐된 냉방 공간은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이 쌓여 두통을 부추긴다. 2~3시간마다 5분씩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 환기가 어려운 사무실이라면 점심시간과 오후에 한 번씩 바깥 공기를 쐬러 나간다. 몸에게 지금이 여름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만으로 자율신경의 부담이 줄어든다.
3. 몸 — 사무실에서의 방어 습관
- 얇은 겉옷이나 무릎담요를 자리에 상비한다. 냉기는 목덜미, 어깨, 무릎으로 파고든다.
- 차가운 음료 대신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신다. 속을 데우는 것이 가장 빠른 내부 난방이다.
- 한 시간에 한 번 일어나 어깨와 목을 돌려 준다. 냉방에 굳은 근육은 같은 자세와 만나면 통증이 된다.
- 퇴근 후에는 샤워기의 미지근한 물로 하루의 냉기를 씻어 내고, 잠들 때는 배를 덮는다.
4. 기계 — 냉방병인 줄 알았는데 에어컨이 문제인 경우
온도를 잘 지켜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에어컨 자체를 점검할 차례다. 청소하지 않은 필터와 열교환기에는 곰팡이와 세균이 자라고, 그 바람을 하루 종일 쐬면 기침과 발열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필터는 2주에 한 번 물청소, 냉방 종료 전에는 송풍 모드로 내부를 말려 주는 것이 기본이다. 가정용은 시즌에 한 번 분해 청소를 고려하고, 고열이 이틀 이상 이어진다면 냉방병으로 넘겨짚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냉방병의 처방은 에어컨을 끄는 것이 아니라 온도차 5도, 두 시간마다 환기, 몸에는 직풍 금지라는 세 가지 규칙이다.
폭염은 당분간 이어진다는 것이 기상청의 전망이다. 에어컨과 함께 사는 계절, 기계의 온도만 설정하지 말고 내 몸의 온도도 함께 설계할 일이다. 오늘 오후, 자리의 풍향부터 위로 올려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