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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0년 ‘돌봄’을 값으로 인정했다…안 보이던 ‘끼니 챙김’의 값어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30년간의 가사와 양육을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로 인정하며 9440억원을 산정했다. 재벌가에서 이례적인 33% 분할이라는 점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오랫동안 ‘집안일이니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값이 매겨지지 않던 돌봄노동이 정면으로 재평가받았다는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는 선언이다. 이 관점을 일터로 옮겨 보면 곧바로 떠오르는 노동이 있다. 매일 누군가의 끼니를 챙기는 일이다. 특히 사람을 돌보는 것이 본업인 현장, 이를테면 병원에서 근무자와 환자의 식사를 제때 준비하는 병원 도시락은 표 나지 않지만 조직을 지탱하는 핵심 노동이다.

병원 도시락
Photo by Jsme MILA on Pexels

‘당연한 일’로 두면, 관리 밖으로 밀려난다

값이 매겨지지 않은 노동의 문제는 저평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관리의 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이 더 크다. 30년 가사노동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동안 아무도 그 부담을 체계적으로 나누지 않았듯, 현장의 식사 챙김도 ‘누군가 알아서 하는 일’로 두면 특정 담당자에게만 부담이 쏠리고 품질은 들쭉날쭉해진다. 교대 근무가 많은 병원, 급식 공백이 생기기 쉬운 학교가 대표적이다. 방학이나 시험 기간에 배식 체계가 흔들리기 쉬운 학교 도시락을 정규 시스템으로 편입해 두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끼니는 그대로 돌아간다. 보이지 않던 노동을 눈에 보이는 절차로 바꾸는 것—그것이 재평가의 실질적 의미다.

끼니 챙김이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방치된 신호

  • 식사 준비가 특정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하고 있을 때
  • 교대·야간·방학 등 시간대에 따라 끼니 질이 크게 달라질 때
  • 식사가 조직 예산·절차가 아니라 ‘알아서’로 처리될 때

가치를 인정한다는 건, 시스템으로 뒷받침한다는 것

법원이 돌봄의 가치를 인정한 방식은 ‘수고했다’는 말이 아니라 ‘기여로 계산에 넣는 것’이었다. 현장의 식사도 마찬가지다. 진짜 인정은 담당자를 칭찬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개인의 몫이 아닌 조직의 체계로 옮겨 두는 데 있다. 따뜻한 상태로 정시에 도착하도록 관리되는 보온 도시락처럼, 식사를 정해진 표준과 일정 위에 올려 두면 돌봄의 질은 사람이 바뀌어도 유지된다. 보이지 않던 노동을 시스템이 떠받치는 순간, 그 가치는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다.

30년의 돌봄이 값으로 인정받은 시대다. 매일의 끼니 챙김도, 이제 ‘알아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대접받을 때다.

이번 판결이 남긴 메시지는 재벌가의 숫자가 아니다. 오랫동안 당연시되던 돌봄에 정당한 값을 매겼다는 것이다. 매일 누군가의 끼니를 책임지는 일도 그 값어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보이지 않던 식사 챙김을 눈에 보이는 시스템으로 올려 두는 것이다.